중앙인으로 살아 온 지난 날을 돌아보며...
뜻하지 않은 코로나 사태로 나의 마지막 학기에는 학교를 오지 말라고 하네, ㅎㅎ.
제자들과의 마지막 수업도, 실험실도 정리할 것이 많은데... 오고 가며 복도에서 만나는 교수님과 학생들과 안부 인사도 해야 하는데.
“함박사님, 중앙대에 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학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며, 얼마나 기뻐했던가. 외국에서의 석, 박사와 박사후 과정의 10년에 가까운 외국생활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지나 가던 때가 벌써 30년 전이라니. ”당신의 장래 희망은 무엇입니까?”라는 주변의 말에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왔듯이, 교수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온 지난 시간이었다. 연구실 창가에서 바라보는 매화가 피고 나면, 목련이 따라 피고, 온 캠퍼스는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 만개한 벚꽃으로 봄의 축제를 연다. 연산홍이 지면서 나뭇잎들이 짙은 녹색을 띄어 갈 때면,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캠퍼스는 조용한 휴식의 시간으로 접어든다. 창가를 때리는 매미소리가 사그러들 때 쯤이면, 가을학기를 맞이 한 학생들이 교정에 모여든다. 지난 세월 훌쩍 커버린 교문 앞 은행나무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가면 가을학기도 깊어간다. 감나무에 매달린 감들이 빨갛게 익어 가면. “아, 이번 학기도 끝나가는구나”하며, 종강을 기다린다. 텅빈 교정에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온 수목에 수북이 쌓인 눈꽃들을 보며, 그 동안 실험실을 거쳐 간 외국 학생들, 특히 동남아에서 온 교수와 학생들이 처음 보는 눈을 보며 그렇게 신기해 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처럼 철따라 변해가는 모습들을 즐기며, 교수님들과 학생들과 마주치던 지난 시간이 아기자기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당신은 당신의 살아 온 삶에 만족하십니까? 과거 어디론 가로 다시 돌아가고픈 때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가끔 유학시절, 학위과정 중 치른 수많은 시험들에서 문제가 풀리지 않아 고심 고심하다가 깨어나는 꿈을 꾼다. 악몽이다. 이런 악몽을 꾸고 나면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ㅎㅎ, 이건 여담이고, 젊은 날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고픈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꿈을 이루고 지내 온 삶이였기에 중앙인으로 살아 온 나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글을 읽을 나의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이 시간의 삶이 여러분에게는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기에, 성실하게 즐겨라“라고 말해 주고 싶다.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을 바꿀 수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듯이, 우리 학생들은 안성 캠퍼스의 생활을 여러분이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으로, 교정에 피고 지는 꽃들과 잎들, 그리고 마주치는 교수님들과 교우들과의 만남을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며 보람된 생활을 하기를 바랍니다. 시스템 생명공학과 교수님들과 학생 여러분들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간직하며 이제는 정든 캠퍼스를 떠납니다. 항상 보람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0. 8. 쓰고 싶지 않은 고별의 글을 쓰며...
시스템 생명공학과 함영태 교수